'백남기 살수차' 경찰, 손해배상 자청한 까닭은…

입력 2017-09-28 19:16   수정 2017-09-29 06:59

기동단장 등 3명, 유족 청구액 이례적 수용…"공권력 위축 우려" 목소리

진정성있는 사과라지만…형사소송 등 선처 기대한 듯

시위진압 경찰이 '적폐'?
공무중 사고 개인에 부담 '나쁜선례'…조직에 악영향
"경찰 본연임무 포기냐" 지적도



[ 이현진 기자 ]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에 있었던 경찰 관계자들이 잇따라 청구 인낙서(認諾書)를 내고 있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신윤균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4기동단장(현 경찰청 성폭력대책과장)은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청구 인낙서를 제출했다. 신 총경은 청구 인낙서에 ‘사건 경위를 막론하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킬 의무를 완수하지 못했다’고 썼다. 하루 앞선 지난 26일에는 사건 당시 살수차 운전요원이던 최모·한모 경장이 청구 인낙서를 냈다.

청구 인낙서는 원고 측 청구를 모두 인정하며 승낙한다는 취지로 피고가 재판부에 제출하는 문서다. 손해배상소송의 원고 측 청구액을 전액 지급하겠다는 의사표시다. 백씨 유족은 지난해 3월 국가와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신 총경, 한·최 경장 등을 상대로 총 2억41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에 따라 신 총경은 8000만원, 최·한 경장은 각각 5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해당 경찰관들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위해서”라며 선한 의도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집회나 시위현장 등에서 공권력을 무력화시키고 경찰의 치안력을 훼손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사재판에서 피고가 대응을 시작해 놓고 중도 포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경찰관들이 유족의 요구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형사소송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공무 수행 중 일어난 일이라 재판에서 배상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았다”며 “유족 측 요구에 응하고 형사소송에서 선처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유족들은 민사소송과 별도로 강 전 청장 등 경찰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해 형사소송 절차가 함께 진행 중이다. 검찰은 다음달 안으로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 같은 이례적인 결말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선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민사와 형사 고소를 동시에 당한 피고인이 형사 합의의 조건으로 민사를 포기하는 사례는 가끔 있지만 이번처럼 일방적으로 포기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공무 수행과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은 민사에서 원고의 청구액을 그대로 인용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설명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성급했다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공무 중 일어난 사고 책임을 현장 경찰관 개인이 부담하는 나쁜 선례가 두고두고 경찰조직에 부담을 끼칠 것이란 우려다.

최·한 경장은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찰청과 계속 논의해왔다. 경찰청은 청구 인낙서 제출은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재판을 통해 시비와 잘못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모든 걸 인정해버리는 것이 치안이라는 경찰 본연의 업무에 대한 포기로 비칠 수도 있어서다.

공권력 위축과 치안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집회·시위처럼 혼란한 현장에서는 불의의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데 그때마다 경찰관 개인이 배상해야 한다면 누가 적극적으로 공무를 수행하겠느냐는 걱정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시위 현장을 담당하는 경찰들이 적폐로 몰리는 듯해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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